크리스마스병, 혈우병(hemophilia)에 대하여

 

 

 

 

혈우병이란

사람의 혈액에는 혈액을 응고시키는데 관여하는 혈액응고인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2가지의 응고인자가 있는데 이 중 한 종류라도 활성에 문제가 생기면 혈우병에 걸리게 됩니다. 혈우병 환자들은 출혈이 있을 때, 혈액의 응고가 아주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피를 많이 흘리게 됩니다. 혈우병 환자는 대부분이 남성이며, 국내의 경우 남성 10,000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합니다.

 

혈우병의 위험성

혈우병 환자들은 신체 내부에 있는 작은 혈관이 파열되었으나 응고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혈관의 파열된 부분이 막히지 않을 때 가장 위험합니다. 혈관에서 새어나온 혈액은 머리나 관절 부위에 모이게 되는데, 이 혈액이 주변의 조직에 압력을 가해 통증을 느끼거나 신체의 기능이 마비됩니다.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관절 내로 출혈이 계속됨에 따라 무릎관절 등 신체에 장애가 생기거나 구획증후군 등의 합병증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혈우병 환자들이 외부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피를 많이 흘려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혈액에는 피부에서 일어나는 출혈을 막는 다른 혈액응고인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런 일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내출혈에 의한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혈우병의 종류

혈우병에는 전형적인 혈우병(A type)과 크리스마스병(B type)이 있는데, 크리스마스병이라는 이름은 이 병을 처음으로 치료받은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혈우병 환자의 약 80%는 전형적인 혈우병으로 이 환자들의 혈액에는 제8응고인자라고 하는 단백질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전형적인 혈우병이 아닌 거의 모든 다른 환자들은 제9 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생기는 크리스마스병입니다. 제8 응고인자와 제9 응고인자를 제외한 다른 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생기는 혈우병 환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혈우병의 유전

혈우병은 사람의 성별을 결정하는 두 개의 성염색체 중 하나인 X염색체의 유전자에 결함이 있을 때 생깁니다. 남성에게는 각각 한 개씩의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있으며,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가 있습니다. 혈액응고인자는 X염색체에만 들어 있습니다. 약 70%정도의 혈우병은 X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며 30%는 돌연변이에 의해 가족력 없이 자연발생합니다.

X'Y/X'X인 경우 : 어머니에게서 X염색체에 혈우병인자가 유전된 남자는 혈우병 환자가 됩니다. 또, 두 개의 X염색체 중 어느 하나에 혈우병인자가 유전된 여자는 보인자가 됩니다. 보인자인 여자는 자신의 자녀에게 혈우병인자를 물려줄 수 있으나 다른 X염색체에 있는 정상적인 유전자가 충분한 양의 필수 응고인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가 되지 않습니다.

X'X'인 경우 : 양쪽 모두의 X염색체에 혈우병인자를 물려받은 여자는 매우 드물지만 혈우병 환자가 될 수 있고, 혈우병 여자가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혈우병 환자가 됩니다.

 

 

 

치료와 주의사항

혈우병은 혈액에 결핍되어 있는 응고인자를 환자에게 주입해서 치료합니다. 주입되는 응고인자는 다른 사람들이 헌혈한 혈액에서 얻으며, 응고인자를 주입하면 일시적으로 정상적인 혈액응고가 일어납니다. 부상당한 혈우병 환자는 혈액이 몸 속에 축적되어 신체 조직이 손상되지 않도록 즉시 치료해야합니다. 이런 치료법은 효과가 일시적이므로 혈우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최근까지 혈우병의 치료제 개발이 계속되고 있고 특이 케이스이긴 하나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후 간에서 정상적인 혈액응고인자를 만들어내 혈우병이 완치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1980년대에 많은 혈우병 환자들이 HIV에 감염된 혈액의 응고인자로 치료를 받아 에이즈바이러스에감염되었으며, 감염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에이즈로 사망했습니다. 1985년 이후, 헌혈된 혈액이 HIV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선별검사가 행해짐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응고인자를 이용해 혈우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매우 안전해졌습니다.

혈우병 환자는 출혈 경향이 높기 때문에 외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나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는 환자의 신체 상태나 관절장애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지만 무릎이나 발목에 반복적으로 출혈이 생긴다면 관절에 부담을 주고 격렬한 신체 접촉이 많은 축구 등의 운동보다는 수영이 좋습니다. 또한 아스피린과 같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은 피해야 합니다.